노루귀 옆에서
아직은 겨울의 한기가 반뼘쯤 남아있는
안양 병목안 수리산 골짜기,
앙상한 나목들이 몸을 서로 으르릉 거리며
햇볕 샅바싸움을 한판 벌이는 정오무렵,
가자미 처럼 산등성이에 납짝 달라붙어
장님이 점자를 더듬듯 골짜기를 더듬는다,
낙엽이 저 스스로를 장송하여 무덤을 만든
지난 겨울의 동화같은 추억덤불을 헤집고,
손톱보다 작고 가녀린 새아씨 노루귀가
봄옷을 갈아입고 해맑은 얼굴로 서성인다,
2018, 3, 20,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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