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사
아산 공세리성당 봄 풍경을 촬영하러 갔는데 공세리성당 에서 바라보니
건너편 야트막한 야산 중턱쯤이 온통 하얀 벚꽃으로 둘러 싸여있고
그 안에 자리잡고 있는 아담한 사찰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공세리성당 부활절 행사 촬영을 마치고 서둘러 그곳으로 갔다,
대한불교조계종 고성사 였다,
경내에 도착하여 주차공간을 찾느라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스님 한분이
어떻게 알고 나오셔서 차를 안쪽에 주차 하라고 친절하게 알려 주셨다,
그런데 경내에 서있는 작은 팻말 하나가 먼저 내 눈길을 끌었다,
"피아노치는 스님의 절" "고성사" 라고 써 있었다,
그때 젊은 스님 한분이 내게 다가와 사찰의 이곳저곳을 설명해 주셨다,
나는 직감적으로 바로 이 스님이 음악을 하시는 스님이라 단정 지었다,
내가 먼저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제1번과 피아니스트 마우리치오 폴리니,
그리고 쇼팽과 조르즈상드의 마요르카 섬에서의 사랑 이야기를 화제로
꺼냈고 스님은 완벽한 연주자 마우리치오 폴리니에 대한 이야기와 피어노 음악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음악이란 공통분모로 대화가 이어져 마침내 스님의 방으로 초대 받아 스님이
정성으로 따라 주시는 마알간 국화차 한잔도 공양 받았다,
스님의 법명은 고경 스님으로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연주자 이자 작곡가 이며,
공연기획자요, 음악 프로듀서 까지,, 만능 음악인 이셨다,
사찰에서 뜻밖에 음악을 하시는 스님을 만나다니,, 얼마나 반갑고 감격적 이었던지,,
스님은 음반을 냈다 하시며 CD한장을 내게 선물해 주셨는데 그 CD 뒷면 레파토리 에는
놀랍게도 내가 좋아하는 뉴에이지 피아니스트 리차드 클레이더만의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
스크리아빈의 <프렐류드>, 쇼팽의 <에튀드 Op 10, no12, 혁명> 이 녹음되어 있는것이 었다,
쇼팽, 스크리아빈,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 음악가들인가, 나는 스크리아빈을 좋아해
호르비츠가 연주한 연습곡 C샆 단조 작품2, 제1번을 늘 습관처럼 집에서 듣고 있다,
석가탄신일인 5월 3일, 오전 10시부터 고성사 경내에서 음악회가 있다는 말씀도 하셨다,
시간이 허락 한다면 꼭 가 보고싶다, 스님이 직접 슈타인웨이 앞에 앉아 연주하는
리차드 클레이만과 스크리아빈, 그리고 쇼팽의 피아노협주곡1번, 라흐마니노프,
도메니코 스카를라티, 에릭사티 까지 들어보고 싶다,
2017, 4, 16, 촬영,
산벚꽃이 에워싸고 있는 고성사 전경
명부전 내부
장독대가 마치 음계 처럼 높낮이 순서대로 놓여있고 명자꽃이 한창 붉게 피어있다,
고성사 뜰에 서면 일망무제로 공세리와 인주면 일대가 탁 트인 시야 안으로 들어왔다,
고경 스님이 주신 국화차
추사 김정희가 동갑나기 초의선사에게 편지를 보냈다,
"나는 스님은 보고 싶지도 않고 스님 편지 또한 보고싶지 않소,
다만 차에 얽힌 인연은 차마 끊을수 없고 부숴버릴수도 없구려,
차를 재촉하오",
추사는 선사가 차를 보내주지 않으면 몽둥이 찜질을 당할지 모른다는
으름장까지 놓았다,
초의가 부쳐온 차와 답장을 받고서 추사는 능청을 떤다,
"차 향기 덕분에 문득 눈이 열리는것 같네,
편지가 있는지 없는지는 살펴 보지도 않았소",
초의선사는 우리차를 집대성한 <동다송>과 <다신전>을 쓴 차의 명인 이었다,
강진에 유배살던 다산 정약용에게 유교경전과 시를 배웠고 추사와도 사귀면서
19세기 조선의 문화예술에 많은 공헌을 했다,
초의는 직접 키운 차를 추사같은 당대의 지식인 들에게 선물하고
차의 가치를 알려 차문화 라는 영역을 개척했다,
차는 첫째 향긋한 향기, 두번째 달콤함, 세번째 씁쓸함, 네번째 담백함.
다섯번째 차는 마시고 난뒤의 여운으로 차를 즐긴다 한다,
고경스님이 주신 국화차 한잔 하며 초의선사와 차에 대한 생각을 잠시 했다,
고경스님이 낸 음반 쟈켓 상단 좌측에 스님 친필로 직접 싸인을 하시고
"좋은 일만 가득 하세요" 라고 써 음반을 내게 선물해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