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털이
참깨를 털면서
- 김 준 태 -
산 그늘 내린밭 귀퉁이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턴다.
보아하니 할머니는 슬슬 막대기질을 하지만
어두워 지기전에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나는
한번을 내리치는 데도 힘을 더한다.
세상사에는 흔히 맛보기가 어려운 쾌감이
참깨를 털어대는 일엔 희한하게 있는것 같다.
한번을 내리쳐도 셀 수 없이
솨아솨아 쏟아지는 무수한 흰 알맹이들.
도시에서 십년을 가차이 살아본 나로선
기가 막히게 신나는 일인지라
휘파람을 불어 가며 몇 다발이고 연이어 털어댄다.
사람도 아무곳에나 한 번만 기분 좋게 내리치면
참깨처럼 솨아솨아 쏟아지는 것들이
얼마든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정신없이 털다가
"아가 모가지 까지 털어져선 안 되느리라"
할머니의 가엾어하는 꾸중을 듣기도 했다.
시 "참깨를 털면서" 는 김준태시인의 데뷰작이다. 도시에서 십년을 가차이 살아본
나는 밭에서 할머니와 참깨를 털고있다. 할머니는 깻단을 슬슬 막대기질 하지만
나는 산 그늘이 내려 날이 어둑어둑 해지자 조바심을 낸다. 깻단을 막대기로 내리
칠때 마다 솨아솨아 쏟아지는 깨알들이 신기하고 무쟈게 재미있다. 마침내 모가지 까지
털다가 꾸중을 듣는다, 목숨 갖인 생명체의 모가지 까지 털어댓으니 어찌 혼나지 않겠는가,,
충남 홍성의 작은 마을을 지나게 되었는데 양지바른 대문간 마당에 수북히 깻단을 쌓아놓고
초로의 한 노인이 낫으로 깻단을 툭툭 내리처 깨를 털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반갑고
정감있어 보였던지, 어렸을적 시골에서 자랄때 보았던 어느 가을날의 기억을 떠올리며 한참을
우두커니 숨어 서서 지켜 보았다. 꽤나 시간이 흐른후 어르신 에게 촬영 허락을 받고 몇컷 촬영 하였다.
2014,10, 26,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