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초적 놀기본능
2018,11,19,(월) 중앙일보 23면에 <박헌정의 원초적 놀기본능> 이라는 수필이 실렸다,
이 수필 기사를 읽으면서 수필이 마음에 꼭 와 닿아 여기에 옮겨본다,
틈틈이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았고, 크로아티아의 월드컵 준우승을 같이 기뻐하기도 했다.
해외여행이라고 하면 대개 돈이 많이 들 거라 생각한다. 7박 9일 패키지도 1인당 최소 200만~300만원
SNS에 사진을 올렸더니 지인들은 거기까지 가서 튀김 만들 생각을 했냐며 재미있어한다. 이처럼 항공료만
나는 고정수입이 적은 사람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돈을 쓰면서 해외에서 체류할 수 있는 것은
첫째, 시간이 자유롭고, 둘째, 돈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렸기 때문이다. 돈은 행복해지기 위해
써야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부분에 써야 하고, 전 인생에 있어 인상적인 경험을 하는 데 써야 하고,
죽는 순간 남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게 좋다. 그리고 큰돈과 좋은 결과가 반드시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까지.
그래서 우리 집안에는 명품 근처에도 갈만한 물건이 없지만 여행에는 돈을 잘 쓴다. 한 달에 한 번
이라도, 1박 2일짜리 국내 여행이라도 가야 한다. 아내와 바닷가 횟집에서 3만~4만 원짜리 회 한
접시에 소주잔을 기울이지 않으면 온몸이 뒤틀린다.
회사를 그만둔 지 2년 되었다. 내가 회사를 일찍 그만둘 때 송별주를 사던 지인들은 "괜찮아? 왜 그래?
잘 될 거야. 자유인이시네. 부럽다..." 등등 여러 말을 해댔지만 나는 그 말들의 의미가 "넌 돈이 얼마나
있길래 객기를 부리냐? 대체 '얼마'냐?"하는 궁금증임을 눈치챘다.
반대로 내 물음은 돈이 얼마 있으면 안심하고 회사를 그만둘 수 있는가였다. 일부 재벌처럼 검찰이니
구치소니 들락거릴 거면 나는 진작에 회사를 그만두었겠다. 그들은 돈이 부족해서 계속 붙잡고 있을까.
지난해까지 목동에서 4억5000만 원짜리 전세를 살면서 월세도 매달 70만원씩 냈다. 우리 뒤를 이어
새로 들어온 세입자는 110만원을 내게 되었다고 한다. 아이를 좋은 대학교에 보낼 수도 있다는 ‘가능성의 값’이
그만큼이다. 올해 다른 지역의 30평대 아파트로 옮기니 월세와 관리비 차액만 해도 1년에 1000만원에 가깝다.
그만큼의 돈을 보금자리에 깔고 있는 셈이니 내게 서울살이는 고단함을 넘어 살벌함까지 느껴진다.
따져보면 그다지 뭘 호사한 기억도 없는데 엄청나게 깔고 앉아 있다. 아파트 지하에 고이 모셔둔 중형 자동차의
몸값과 유지비용이 1년에 800만원이다. 12개월로 나누면 한 달에 70만원, 이번 여행에서 차를 렌트하는 비용보다
크다. 회사 다닐 때는 구두 닦는 값도 1년에 25만원, 요즘 같으면 내게 나이키 이월상품이 세 켤레다.
현직에 있을 때는 돈의 개념이 다른 세상에 산 것이었다. 당장 벌고 있으니 수익을 위한 손비처리 개념마저
이건 배불러서 하는 소리가 아니다. 내가 알지 못하고,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아야 할 게 지천으로 널려
[출처: 중앙일보] 5주 해외여행 예산 800만원, 2명이 쓰고도 남는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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