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화
~ 12월 8일 아침, 매화 화분에 물을 주라고 하셨다, 날씨는 맑았다,
오후 다섯시가 되자 갑자기 흰 구름이 집 위로 몰려 들더니 눈이
한치 가량 내렸다, 조금 뒤 선생께서 누울 자리를 정돈 하라 하시므로
부축해 일으키자 앉으신채 숨을 거두 셨다, 그러자 구름이 흩어지고
눈이 걷혔다,~
문인 이덕홍(李德弘 1541~1596)이 쓴 <퇴계선생고종기> 에 실려있는 글이다,
스승 퇴계의 죽음을 지켜본 제자 이덕홍의 글이 너무나 사실적이고 담담 하기까지 하다,
퇴계 이황은 임종을 앞두고 한말이 매화분에 물을 주라는 말 이었던 것이다,
또 이덕홍의 글중에는 퇴계가 죽기 5일전에 이런말을 한 대목도 있다,
~ 12월 3일, 설사를 하셨다, 매화분이 그 곁에 있었는데 다른데로 옮기라 하셨다,
매형(梅兄)에게 불결하니 마음이 절로 미안하다,~
퇴계는 매화를 매형이라 인격체로 지칭 하면서 불결한 냄새가 매화에 닿는것을
미안하게 생각하며 제자에게 명하여 매화분을 멀로 옮기라 한것이다,
퇴계 이황이 얼마나 매화를 아끼고 사랑 했는지 알수있는 대목이다,
부지런한 사진가들은 남보다 먼저 매화를 보려 일찌감치 통도사로 달려가 매화를 보고 왔다,
나는 이런 저런 사정이 있어 타임을 놓치고 마음이 편치 않던 터에 오늘 우연히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정원에서 눈꽃처럼 활짝핀 매화를 보고 깜짝 놀랐다,
잠시도 지체하지 않고 얼른 카메라를 들고나와 퇴계의 제자 이덕홍이 매화나무에 물을주는
정성으로 고고한 자태를 한참동안 이리저리 살펴 바라본후 몇컷 카메라에 담았다
매화는 벚꽃이나 복사꽃 처럼 화려 하거나 화장기 짙은꽃은 아니다,
단아하고 담백하며 고고하여 쉽게 범접할수 없는 선비의 기상을 품은 꽃이다,
그렇다고 부족 하거나 모자라지 않고 알맞은 자태와 빛갈과 품격을 갖추고 있다,
사람도 그런 사람이 있다, 무엇인가 알수 없는 지성의 향기로 압도하는 사람,,
여기에 중국 송나라때 어느 비구니가 썻다는 시 한수 옮겨본다,
종일 봄을 찾았어도 봄은 보지 못했네
짚신 신고 산머리 구름 위로 가보았지
돌아올 때 우연히 매화 향기 맡으니
봄은 가지 위에 어느새 와 있었네.
2017, 3, 15,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