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야기 -2
가까히 다가서면 갓 볶아낸 헤이즐럿 향이 코끝에 느껴질것 같다,
그 향은 오데코롱, 샤넬 No5, 도, 에스터로더, 진한 향이 아니다,
가을 소슬한 바람에 실려온 연하디 연한 비애 서린 향수 이다,
가을,, 가을이면 낙엽 후두두 떨어지는 숲길에 서고 싶다,
모차르트의 클라리넷 협주곡을 이어폰으로 들으며 그길에 서고 싶다,
이 세상 온갖 비애를 보물처럼 가슴에 묻고 술길을 걷고 싶다,
인천대공원 숲길에 지금 가을이 머물고 있다,
불현듯 찾아온 손님처럼, 길 잃은 나그네 처럼,
가을은 내 가슴 깊은 심연의 강물에도 짙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2015, 10, 26, 촬영,
중년 여자의 노래
- 문정희 -
봄도 아니고 가을도 아닌
이상한 계절이 왔다
아찔한 뾰족구두도 낮기만 해서
코까지 치켜들고 돌아다녔는데
낮고 편한 신발하나
되는 대로 끄집어도
세상이 반쯤은 보이는 계절이 왔다
예쁜 옷 화려한 장식 다 귀찮고
숨 막히게 가슴조이던 그리움이 오가도
모두 벗어버려
노브라 된 가슴
동해바다로 출렁이든가 말든가
쳐다보는이 없어 좋은 계절이 왔다
입만 열면 자식 얘기 신경통 얘기가
열매보다 더 크게 낙엽보다 더 붉게
무성해 가는
살찌고 기막힌 계절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