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 서정주 와
"선운사 동구"시비
선운사 골째기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안했고
막걸리집 여자의 육자배기 가락에
작년 것만 상기도 남았습니다.
그것도 목이쉬어 남았습니다.
선운사에는 일년내내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아름다운 경내와
가을이면 핏빛으로 곱게물든 단풍구경을 하지만 정작 선운사입구에
초라하게 서있는, 선운사를 그 누구보다 사랑한 미당 서정주 시인의
"선운사 동구"시비에 머물러 거기에 적힌 시 몇줄을 읽고가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나는 선운사에 갈때마다 미당의 "선운사 동구" 시비 앞에 서서 그의 시를
천천히 읽으며 미당의 주옥같은 시들과 그의 문학을 떠올리곤 한다.
미당 서정주 는 말년에
"내 나이 80이 넘었으니
시를 못쓰는 날은
늙은 내 할망구의 손톱이나 깍아 주자"
라고 했다.
2000년 10월 부인이 세상을 뜨자,,
"할망구 가 불쌍해, 미안 하구먼"
이라 했다.
그로부터 두달후 눈내리는 성탄 전야 (2000,12, 24)에
그는 아내 곁으로 갔다.
2014, 9, 27, 촬영,
선운사 경내
선운사찻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