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원정의가을
가을이 거친숨을 헐떡이며
마지막 구간을 내달리고 있었다.
온몸이 땀범벅인채 얼굴은 붉은빛 상기된채였다.
매년 이맘때 만추이면
향원정이 내려다보이는
붉은 단풍으로 물든 나무벤치에 주저앉아
한나절을 보내곤하였다.
바로 이곳 향원정 북쪽편에
건청궁으로 이어진 다리가 있었을것이다.
건청궁에서 명성왕후는 을미년에
일본의 낭인무리에게 무참히 살해되었다.
여기에 앉아있는동안
먹지않아도 시장하지않고
지갑이 비어있어도 넉넉하고 난 행복했다.
이따금 불어오는 바람에
붉은 단풍잎이 휘적휘적 흩날렸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왁자지껄한 한무리의 중국인 관광객이 나를 에워싸며
내앞의 단풍구경을 할때서야
비로서 난 그붉디붉은 블랙홀에서 빠저 나올수있었다.
가을은 이미 깊을대로 깊어저 있었다.
마라토너는 결승점 가까이 다가섯다.
이제곧 가을은 결승점이다.
2012, 10, 29,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