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수유 옆에서
모진 겨울이 지나고 맨 먼저 봄을 알려주는 꽃이 샛노란 산수유꽃이다,
치열했던 여름을 보내고 처연한 늦가을 낙엽이 지는것을 지켜보며
떠나는 마지막 가을을 전송해주는 꽃 또한 빨간 산수유열매다,
그 계절의 정수리에서 근화님이 백사마을 산수유옆에 섰다,
계절은 어느덧 가을을 버리고 겨울속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계절은 가을을 토막내며 그 빨간 산수유 열매속으로 멀어저갔다,
아,, 김종길 시인의 "성탄제"가 생각나는 그 붉은 산수유 열매,,
어두운 방안에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 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 것이다,
어느 새 나도
그 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2020, 11, 27,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