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할미꽃/숨은비경 -2
유흥준의 <나의문화유산답사기> 제2권 '산은 강을 넘지못하고' 편에
다음과 같은 글이 살려있다,
'횡성 홍천과 평창, 정선 영월은 국토의 오장육부에 해당되어 때로는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 희귀하는 아득한 깊이를 느끼게하는 곳이건만'
(P106)
참으로 적절한 표현이다, 국토의 오장육부,, 이 보다 더 좋은 표현이
어디 또 있을까? 동강할미꽃은 국토의 오장육부를 이리저리 휘돌아
흐르는 동강의 깍아지른 기암절벽에 늙은 스님의 이빨처럼 듬성듬성
피어 있으니 한국인의 꿋꿋한 기상을 닮았다해도 좋을것이다,
동강할미꽃은 그 위치에 따라 꽃이피는 시기가 서로달라 한번에 가서
모든꽃을 다 담을수는 없고 서너번 나누어 가야 제대로 담을수 있다,
동강할미꽃을 촬영 할수있는곳은 잘 알려진대로 여러곳이 있지만
요번에 찾아간 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비교적 잘 닿지않는 첩첩산중
심산유곡 오지중 오지로 일반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곳으로 비교적
동강할미꽃의 생태가 훼손되지 않고 잘 보존되어 있는곳이다,
2020, 3, 16, 촬영,
동강할미꽃
- 상록수 -
강원도 영월, 정선땅,
그 곳에 구렁이 닮은
구불구불한 동강이 있었던가 ?
제 멋에 겨운 산 들이
병풍처럼 줄지어 솟아
하늘에 닿아 있고
청옥빛 동강 푸른 물길이
국토의 깊고깊은 오장육부 되어
굽이굽이 휘돌아 흐르는
깍아지른 기암절벽 바위틈에
여리고 앳띤 동강할미꽃
곡예를 하듯 천길 절벽에
몸을 의지하고
저 홀로 밤을 지새 떨고있네
솜털이 보송보송한 줄기
그 가녀린 몸매
차마 얼굴을 들지 못하고
여승처럼 볼그레 상기된 얼굴
오가는 인적 끊겼는데
모진 강바람에 언몸 추스리며
슬픔에 겨운 눈빛으로
저 홀로 흐느끼네
2020, 3, 17,
셰익스피어 의 <멕베스>그리고 손씻기
우한 코로나 감염을 막기위한 첫번째 수칙은 손 씻기이다,
외출을 하고 돌아온후 손을 씻고 그래도 무엇이 묻어 남아 있을까봐 또 씻는다,
범죄자들이 범죄의 소굴에서 벗어나 다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일을 '손 씻었다' 라고 그들은 말하기도 한다,
손을 생각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것은 포항 앞 바다에 떠있는 호미곶의 '상생의손'
이 아닐까 한다, 요즈음 의료의 현장에서 불철주야 코로나바이러스와 사투를
벌리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의료진들의 손 또한 위대한 손이 분명하다,
인간의 손 이야말로 오늘의 위대한 현대문명을 만들어낸 도구라 말할수 있다,
'마더 테레사'의 거룩한 손이 있는가하면, 성주 헤르만 게슬러의 모자에 경례를
하지 않아 체포되어 자기 아들의 생명을 담보로 아들 머리에 올려진 사과에
활쏘기를 해야했던 빌헬름텔의 운명적인 손도 있고, 예수그리스도를 판 댓가로
은전 30량을 받은 배신자 유다의 손도 있다,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이라면 <햄릿>·<오셀로>·<리어왕>·<멕베스>를 일켣는다,
이 중 '맥베스'(Macbeth)는 셰익스피어의 비극을 바탕으로 '피아베'가 대본을 쓰고
이탈리아 작곡가 '주세페 베르디'가 오페라로 작곡한 4막의 오페라로 1847년 3월
피렌체 페르골라에서 초연되었다,
전쟁에서 돌아오던 두 장군 맥베스와 반코는 마녀들의 예언을 듣게 된다.
마녀들이 사라진 후 사자로부터 코더의 영주가 되었다는 소식을 접한 두 사람은
마녀의 예언이 들어맞음에 놀란다. 한편 맥베스 부인은 맥베스의 편지를 읽으면서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에 기뻐하며 자신의 야심을 불태운다. 그리고는 맥베스와 함께
왕이 성에 오니 이날 왕을 죽이자고 음모를 세운다. 왕이 잠에 들자 맥베스는
혼란스럽고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왕의 침실로 들어가 그를 죽인다. 피 묻은 단검을
본 레이디 맥베스는 남편을 격려하며 같이 음모에 가담한 위병에게 죄를 뒤집어씌운다.
인간의 마음속에는 선과 악이 동시에 존재 한다고 한다, 그래서 순간적인 충동으로
살인을 한다해도 인간 본성의 선으로 인하여 정신적 죄책감에 괴로워 해야한다,
살인을 한 멕베스, 그리고 살인을 공모한 멕베스부인 둘다 머음이 편할리없다,
그래서 남편의 살인을 부추기고 살인에 가담한 멕베스부인은 몽유병과 신경쇠약에
시달리며 피묻힌 자기의 손을 씻고 또 씻는다, 마치 요즘 우한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위해 시도 때도 없이 손을 씻어대듯이,,
아무리 손을 씻어도 손에 묻은 피는 씻을수 있어도 마음에 남은 핏자욱은 씻어낼수 없었다,
그래서 지워지지않는 피자욱의 망상으로 고통받으며 마침내 큰 소리로 외친다, 저주받은
자욱아, 없어저라, 제발 없어지란 말이야,, 아직도 여기에 피 냄새가 남아있구나,,아라비아
향수를 다 뿌려도 이 작은 손 하나를 향기롭게 하지 못하다니,,하며 탄식한다,
요즘 우한코로나사테로 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우리가 할수있는 일이 고작 집안에 틀어박혀서 손이나 씻는일 이라고 하니 참으로 답답한
일이 아닐수 없다, 어쩌면 인간의 끝없는 욕망과 오만에대한 신의 저주 인지도 모른다,
입장 하려면 몇시간씩 줄을 서야했던 바티칸, 베드로 대성당 광장은 텅비었고, 수많은 인파로
몸살을 앓던 로마 트레비분수, 그 수많던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피렌체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수
있는 미켈란젤로 언덕 광장도 텅비었다, 아마 그들은 지금은 각자 자기집에서 수도물을 틀어놓고
모두 손 씻기에 열중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손씻기는 자기 생명을 지키기위한 현대를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일상적 행동수칙이 되었다, 멕베스부인 처럼,,
젠장,,우한코로나 라고 불리는 눈에도 보이지않는 그 하찮은것이 이렇게 무서운 악마 인줄이야,,
여기서 오래전 젊은시절 읽었던 '노스트라다무스'의 예언서중 '공포의 대왕'이 섬뜩하게 떠 오른다,
1900, 90의 9년, 7의달, 하늘에서 공포의 대왕이 내려오리라,(모든세기 10;72)
예언서 에서 카트리느 왕비와 노스트라다무스의 대화가 기록되어 있는데 왕비가 '왕비의 모습이
안 보인다구요', 하고 묻자 노스트라다무스는 이렇게 대답한다, '모습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보이지는 않아요, 어쩌면 그것은 높은 하늘위에 있고 빠른속도로 내려오는 것이겠지요,
그 때문인지 그것만은 저에게서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서 잠깐,, 죽음과 관련된 음악들이 떠 오른다,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Danse macabre),,
슈베르트의 현악 4중주 14번 D단조<죽음과 소녀>, (Der Tod und das Mädchen)
모리스 라벨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Pavane pour une infante défunte)
그리그의 "페르퀸트" 중 <오제의 죽음>(The Death of Aase” from “Peer Gynt Suite No. 1”),
<죽음>과 관련하여 한국에는 <씻김굿>이라는 망자를 떠나보내는 의식이 있었다,
씻김굿으로는 <진도 씻김굿>이 유명하다,
죽은 망자를 태운 꽃가마를 앞에두고 두사람의 당골네가 어우러져 남도 특유의
비장한 가락으로 부르는 비통한 창소리,,
저승길을 뜻하는 흰 광목천이 길게 펼쳐지고 두명의 당골네가 펼쳐진 광목천을 맞잡고
"생전에 못다한 한을 풀고 가시라", 자지러지는 북장단에 맞추어 끈적한 창소리를 내뿜는 의식이
씻김굿 인것이다,
2020, 3, 29,
음악칼럼니스트 상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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