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옆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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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록수 -
연꽃이 내게 말했다
나를 보러 왔나요?
말 대신 눈 인사를 건넸다
그 때 한 노스님이
장지문을 열고 헛기침을 하셨다
나는 서둘러 합장을 하고
스님쪽으로 머리를 굽혔다
산턱을 미끌어저 달려온
새벽 바람이 뎅그렁
풍경을 흔들어 깨우며
연꽃들을 하나씩 호명했다
염불을 외던
연꽃 아씨들이
분홍빛 고깔을 쓰고
하늘을 향해 날아 올랐다
2018, 7, 28, 촬영,
갓 피어난 배롱나무꽃과 연꽃이 한데 어울려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배롱나무 꽃이 열꽃같은 여드름 번진 수무살 상기된 새내기 라면,
연꽃은 지난가을 시집온 대감집 서른살 새색씨 같은 우아한 꽃이다,
연꽃 같은 발굼치로 가이 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詩입니까.
― 한용운 시 "알 수 없어요" 중에서
문을 열면 보인다 하여 손가락에 침을 발라 가며
장지문에 구멍을 뚫어
토방 아래 고깔 쓴 여승이 서서 염불 외는 것을 내다보았다.
그 고랑이 깊은 음색과 설움에 진 눈동자 창백한 얼굴
나는 처음 황홀했던 마음을 무어라 표현할 순 없지만
우리 집 처마 끝에 걸린 그 수그린 낮달의 포름한 향내를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 송수권 시 " 여승" 중에서
더위에 지친 산새 한 마리가 어디선가 날아와 수각에 앉아
졸졸 흘러 내리는 석간수 한모금 훔치려 기회를 엿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