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가있는풍경
소나무 숲에는 뭔가 있다
숨어서 밤 되기를 기다리는 누군가가 있다
그러지 않고서야 저렇게 은근할수가 있는가
짐승처럼 가슴을 쓸어 내리며
모두 돌아오라고, 돌아와 같이 살자고 외치는
소나무 숲엔 누군가 있다,
어디서나 보이라고, 먼데서도 들으라고
소나무 숲은 횃불처럼 타오르고 함성처럼 흔들린다
.......
사람들은 살다 모두 소나무 숲으로 갔으므로
새로 오는 아이들과 먼 조상들 까지
거기서 다 만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 밥짓는 연기들은
거기 모였다 서운하게 흩어지고
소나무 숲에는 누군가 있다
저물어 불켜는 마을을 내려다 보며
아직 오지 않은 것들을 기다리는 누군가 있다
그러지 않고서야 날마다
저렇게 먼데만 바라보겠는가
- 이상국 / 소나무숲에는
우리 한민족은 소나무와 매우 깊은 인연이 있다,
집안에 아이가 고고지성을 지르며 세상에 태어나면 청솔가지를 꺽어 금줄에 꼿았다
어디 그뿐인가,, 사는 집은 오두막이건 고대광실이건 소나무로 대들보 와 석가래를 만들었다,
아궁이에 불을 지필때는 말린 솔방울이나 솔잎으로 불을 지펴 밥을 지었고
소나무의 나무등걸 관솔을 따다 어둠을 밝혔고 송진은 한약재로 썻다,
송편을 만들때도 솔잎이 쓰였고 송화가루는 다식을 만들때 중요한 재료였고
지금도 부안 곰소염전 에서는 송화가루 날릴때 거둔 송화가루 소금을 최상품으로 친다,
추사 김정희가 제자인 이상적의 고마움에 대한 보답으로 그려준 "세한도" 의 그림에도
소나무를 그려 넣었다,
산수화 풍경에 학이 앉아 있는 나뭇가지는 어김없이 소나무 가지가 아니던가,,
청록파 박목월 시인은 "윤사월" 이라는 시에서 "송화가루 날리는 윤사월" 이라 노래 했고
"존 바에즈" 는 "솔밭사이로 강물은 흐르고" 라는 노래를 불렀고
"레스피기" 라는 작곡가는 "로마의 소나무" 라는 곡을 남겼다,
광평대군 묘역의 청정한 소나무 풍경을 보며 이상국의 시 한편과
소나무와 관련된 우리 선조들의 생활의 지혜를 추억해 보았다,
2015, 7, 11, 촬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