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란
성북동 길상사 앞뜰에 핀 자란이다.
시조 시인이자 국문학자인 가람 이병기 선생이
난초를 지극히 사랑했다는 것은 다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병기 선생이 서울 계동에 살고 있을때 동네사람들은
그의 집을 난초병원 이라 불렀다.
매화옥(梅花屋) 서재를 열면 사철 언제나 난초가 있었다.
그는 원고를 쓰다가 종종 밤을 지새기도 했는데 그때 마다 난향은
시상을 떠오르게 했다 한다.
그가 극진히 사랑했던 풍란에 하얀꽃이 몇송이 맺어
향내가 나면 그는 자다가도 깨어 등불을 밝히고
난향을 맡으며 시를 썻다.
~ 잎이 빳빳 하고도 오히려 영롱하다.
썩은 향나무 껍질에 옥 같은 뿌리를 서려 두고
청량한 물줄기를 머금고 바람으로 사노니
꽃은 하얗고도 여린 자연(紫煙)빛 이다.
높고 조촐한 그 품 이며 그 향을
숲속에 숨겨 있어도 아는 이는 아느니 ~
2014, 5, 20,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