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 두루미 -4
겨울이 기다려지는 이유는 '구르몽' 의 시 '눈' 에 등장하는
시몽의 목덜미 같은 하얀 눈이 보고 싶어서도 아니고,
비탈진 눈밭을 하얀 눈가루를 흩날리며 설원을 날듯이
미끌어저 가는 스키장이 그리워서도 아니다,
겨울을 그리워하고 기다리는 단 한기지 이유는 두루미와 고니가
철원평야를 잊지않고 찾아오는 계절이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의 보수공사에서 기초 제단에 두루미 세 마리가
그려저 있는것이 발견된바 있다. 이는 곧 중세 유럽사회에서 두루미는
영혼의 여행을 인도하는 상서로운 새로 여겼던 것이다.
흔히 두루미는 천년, 거북이는 만년 이라 하여 십장생(十長生) 중
하나로 여겼으며 장수의 상징으로 삼았다.
단테의 소설 "신곡" 에서 두루미는 지옥에서 욕정을 위해 음란한 춤을
춘다하여 벌을 받았지만, 우리 한국인들의 정서로는 두루미는 금슬좋은
부부애의 상징적인 새이다, 그래서 결혼 피로연이나 회갑, 칠순연때
둘러치는 병풍엔 반드시 두루미 한쌍이 사랑을 나누는 그림이 그려저 있다.
"학수고대"(鶴首苦待)란 말은 학의 목처럼 목을 길게 빼고 몹시 기다린다는
뜻이다. 노천명 시인은 "사슴" 이란 시에서 사슴을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
이라 노래 했는데 두루미도 목이 길으니 어쩜 슬픈 새 인지도 모르겠다.
2022, 11, 17,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