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강나무꽃
먼 발치에서 언뜻 보면 생강나무꽃과 산수유꽃은
서로 잘 구분 되지않을 정도로 닮았다,
생강나무꽃과 산수유꽃은 사촌지간쯤 된다고 생각해도
틀린말이 아닐것 같다, 생강나무꽃에 가까히 다가가서
코끝을 살짝 대보면 생강냄새가 솔솔난다,
김유정의 소설 '동백꽃' 에 등장하는 '노란 동백꽃' 은 우리가 알고
있는 붉은 동백꽃이 아니다, 소설속 알싸하고 향긋한 냄새가 나는
동백꽃은 생강나무꽃이다, 잎이나 꽃을 비비면 생강냄새가 난다고해서
생강나무라는 이름이 붙혀졌다,
김유정의 고향은 강원도 춘천, 소설의 배경도 그의 고향 춘천이다,
그 곳에서는 생강나무꽃을 동백이라 부른다, 김유정의 소설 제목인
'동백꽃'은 표준어가 아니라 생강나무꽃을 일컫는 강원도 사투리였던
것이다,
이처럼 강원도에서 생강나무를 동백나무로 부르게된것은 동백나무
씨앗으로 기름을 짜서 썻던 시절 추위탓에 강원도에서는 동백나무가
자라지 못했기 때문에 대신 생강나무 씨앗으로 기름을 짜서 썻기 때문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정선 아리랑' 에 '아우라지 지장구 아저씨 나 좀
겐네주오, 싸리골 올동백이 다 떨어진다' 라는 대목이 나오는데
여기 나오는 '올동백' 도 생강나무를 가리킨다,
이처럼 충청북도와 강원도 일부 지방에서는 생강나무꽃을 '동백꽃'
이라고 부르기도한다,
생강나무꽃과 산수유꽃은 너무 닮아서 잘 구분이 되지않는다,
수피가 다를뿐이다, 생강나무는 수피가 반지르르한 반면 산수유는
거칠거칠한점이 다르다, 생강나무꽃에서는 얄싸하고 향기로운
매콤한 향이 나는것이 매력적이라 할수 있다,
이른봄 아직 잎의 새순이 돋기전 산길을 오르다 저만치에서
노랗게 피어있는 생강나무꽃을 보고 저게 뭐지? 하고 반색을 했던
어린시절의 추억이 떠 오르곤 한다, 이천 백사면 산수유마을에
산수유를 보러 갔는데 산수유는 아직 일러 덜 피었고 어느 돌담길
개천 옆에 소담스럽게 피어있는 생강나무꽃을 만났다,
산수유가 등장하는 시 가온데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시가 있는데
김종길시인의 '성탄제' 시를 여기에 옮겨본다,
성탄제
- 김종길 -
어두운 방안에
바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 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승
젊은 아버지의 서느린 옷자락에
열로 상기한 볼을 말없이 부비는것이었다,
이따금 뒷문을 눈이 치고 있었다,
그 날 밤이 어쩌면 성탄제의 밤이었을 것이다,
어느 새 나도
그 때의 아버지만큼 나이를 먹었다
옛 것이란 거의 찾아볼 길 없는
성탄제 가까운 도시에는
이제 반가운 그 옛날의 것이 내리는데
서러운 서른살, 나의 이마에
불현듯 아버지의 서느린 옷자락을 느끼는 것은
눈속에 따 오신 산수유 붉은 알알이
아직도 내 혈액 속에 녹아 흐르는 까닭일까,
2025, 3, 23,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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