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랑대역
어느새 봄이 내 주변을 완전히 포위하고 당당한 기세로
덤벼드는 볕바른 오후 화랑대역을 찾아갔다,
텅빈 역 플랫홈에는 화석처럼 덩그란히 움직이지 않는 검정색
증기기관차와 경춘선을 운행하던 전차모양을한 열차가 마치 박제된
동물처럼 꼼작 않고 있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리스 메조소프라노
"아그네스 발차" 의 노래로 유명한 "기차는 여덟시에 떠나네" 를
흥얼 거렸다,
기차는 여덟시에 떠나네
To Treno Fevgi Stis Okto
- 미키스 테오도라키스 -
카테리나행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11월은 내게 영원히 기억 속에 남으리
내 기억 속에 남으리
카테리나행 기차는 영원히 내게 남으리
함께 나눈 시간들은 밀물처럼 멀어지고
이제는 밤이 되어도 당신은 오지 못하리
당신은 오지 못하리
기차는 멀리 떠나고 당신
역에 홀로 남았네
가슴속에 이 아픔을 남긴채 앉아만 있네
남긴 채 앉아만 있네
가슴 속에 이 아픔을 남긴 채 앉아만 있네
2019, 2, 26, 촬영,
화랑대역 전경
경춘선 열차가 속도를 높히기에 앞서 마지막으로 숨을 고르던 화랑대역,
1939년 건립당시 역명은 "태릉역" 이었으나 육사생도들이 주로 이용한다고하여
1958년 "화랑대역"으로 개칭 하였다, 경춘선 복선구간 개통에 따라 2010년 12월 20일
그 역활을 다하고 서울의 마지막 간이역이 되었다, 역사 안에는 승차권판매소,
찌그러진 철제책상등 세월을 간직한 소품들이 보존되어 있다,
화랑대역(화랑대역사관) 가는길
대중교통 / 전철 6호선 화랑대역 (서울여대입구) 하차 4번출구에서 도보 5분거리
승용차 / 네비에 육군사관학교 또는 화랑대역(폐역)검색
육사 정문 바로앞에서 뉴턴 하자마자 우측으로 진입 무료주차장 넓어 주차편리함,
옛 화랑대 역에는 협궤열차인 허기1호와 증기기관차인 미카5-56호가 전시되어 있다,
허기1호는 1951년부터 1973년 1월까지 수원~남인천, 수원~여주구간에서 운행 하였으며
미카5-56호는 1952년 도입하여 1967년 까지 경부선(서울!부산) 구간에서 운행 하였다,
어린이대공원에 전시 되었던 것을 2017년 5월 이곳으로 옮겨왔다,
미국의 뉴올리언즈는 재즈의 발상지로도 유명 하지만 <욕망 이라는 이름의 전차> 작품
무대로도 너무나 유명한 도시이다, "테네시 윌리엄즈" 는 미국 미시시피주 콜롬부스에서
태어 났지만 뉴올리언즈를 무대로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집필해 뉴올리언즈는 수많은
관광객들로 넘처나는 유명한 문학의도시가 되었다,
"욕망".. "DESIRE",
실제 이곳엔 전차도 전시되어 있다. 시가지 한쪽끝 옥외 전시관에 곤충의 빈껍질같은
움직이지않는 전차는 453이란 차 번호와 함께 정면 이마에는 "DESIRE".. "욕망"이란 이름표를
달고있다, 테네시 윌리엄즈의 문학을 사랑하는 수많은 세계인들이 이 낡아빠진 전차를 보러
이곳으로 몰려드는것이다,
화랑대역사 내부
화랑대역사 내부 대합실
사평역에서
- 곽재구 -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난로가 지펴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속에 던저 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속에 적셔두고
모두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술에 취한듯
한 두름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자작 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약 같은 입술 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를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뼈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잎의 차창을 달고
밤 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지
조그만 간이역, 밤은 깊어가고 창 밖에는 송이눈이 하염없이 내려 쌓이고 막차가 올 시간은 아직 멀고
막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은 난로 옆에서 웅크리고 반쯤 졸며 언몸을 녹이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톱밥난로는 화기를 다하고 점점 사위어 가지만 주전자의 물은 저홀로 아직 김을 그렁그렁 내뿜고 있다,
시골 간이역, 눈 내리는 늦은 겨울밤 자정무렵, 정겨운 풍경들, 거기엔 우리의 친근한 이웃들이 있다,
곽재구 시인은 1981년 데뷔작으로 이 아름다운 시를 발표했는데 사평은 나주 근처에 있는 조그만 마을 이라 한다,
그런데 놀라운 일은 사평에는 철도가 닿지않아 기차역이 실제로는 없다는 사실이다,
이 시의 제목인 ‘사평역’은 지도상에 실제 존재하지 않지만 시인이 체험했던 남광주역과 남도의 회진포구를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그래서 나는 곽재구 시인의 "사평역에서" 이 시를 읽을때 마다 내가 어릴때 자랐던
고향 충남 전의역 대합실 겨울풍경을 추억한다,
모형으로 만들어놓은 객차 내부
화랑대역 선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