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리아연
하늘은 종일 잿빛으로 흐리고 공기는 탁하게 내려 앉은
별로 상쾌하지 않은 하루였다,
자연 현상이란 언제나 그렇듯 상쾌하게 좋은날도 있고
오늘처럼 기분을 가라앉게 하는 날도 있기 마련이다,
저녁무렵 서울근교 빅토리아 연밭으로 달려갔다,
벌써 일찍 온 진사 몇분이 명당 자리를 점령하고 있다,
대관식을 기다리는 붉은 빅토리아연 두송이, 흰 빅토리아연 두송이가
연못에 커다란 연잎을 깔고 그림처럼 떠 있었다,
땅거미가 지고 어둠이 내리자 붉은색 빅토리아연 두송이가 천천히
왕관 꽃술을 고추 세우고 대관식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빅토리아 연꽃은 한송이가 보통 48시간 개화 한다,
첫날은 흰꽃으로 피며 걷을 감싸고 있던 바늘덮개 잎이 벗어지며
백옥같은 흰색의 암꽃으로 개화하여 하루를 보낸다,
이때 요염한 흰꽃은 꽃가루를 옮겨주는 딱정벌레를 꽃으로 유인한다,
딱정벌레를 감금한 흰꽃은 오무러들어 낮시간을 보내고 밤에 수면아래로 숨어들어
다음날 숫꽃인 붉은색으로 갈아입고 수면으로 올라와 딱정벌레를 풀어주고
밤을 기다려 이윽고 대관식, 꽃술을 하늘 쪽으로 고추 세우는 대관식을 한다,,
2015, 8,19,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