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오던날경회루
가믐끝에 봄비가 오는둥 마는둥 시부정찮게 내리던 토요일.
다시 경복궁 경회루를 찾아갔습니다.
봄비 덕분에 경복궁은 비교적한산, 관광객은 별로 없었습니다.
날씨가 좋왔더라면 아마 상춘객이
문전성시를 이루었을 것입니다.
경회루의 수양벚꽃은 긴머리소녀처럼
치렁치렁 빗질하지않은 머리칼을 늘어뜨리고
홍역의 열꽃처럼 피어 있었습니다.
어떤 벚꽃은 처녀 여드름 처럼 볼그스레하고,
또 어떤 벚꽃은 화장기없는 창백한 시골아낙의 맨얼굴빛 입니다.
한손엔 우산을 , 다른 한손엔 카메라를 잡고
모처럼 한적한 경회루, 봄비에젖은 풍경을 촬영 하면서
<권벽>의 <봄밤의 비바람>을 떠올렸습니다.
~ 비를맞고 피어나서 바람따라 떨어지니
봄 오고 가는 소식 이 가온데 있구나
간밤에 바람불고 비까지 내리더니
복사꽃 만발하고 살구꽃은 젖다오.~
<끌로드 모네>는 빛에 따라 변하는
루앙 대성당의 모습을 수없이 그리고 또 그렸습니다.
그는 사물의 색이란 결국 반사된 빛이라 생각했습니다.
햇빛 좋은 날의 선명한 색의 경회루는 아니었지만
비에젖은 경회루, 차분한 질감의 색이 느껴젖습니다.
2013, 4, 20, 봄비오던날 경회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