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시인의 타계를 애도함
한국문단의 원로시인 신경림시인이 지난 5월 22일 89세로
타계 했다는 소식이 있었다,
한국 현대문학사에 한획을 그은 신경림시인은 '가난한 사랑노래',
'농무', '묵계정터', 등으로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시인이다,
젊은 시절 한때 글쟁이가 되고 싶었던 나에게 신경림시인은
얄밉도록 시를 맛깔스럽게 잘쓰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래서 때론 왜 나는 저런 시를 쓸수있는 문재가 없는지
한탄하며 탄식하기도 했었다,
신경림시인은 나의 은사인 논산출신 천재 송영준 교수와 함께
내 마음속 문학의 맨토였다, 무의식 속에서도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글 쓰고 싶다' 였다니 그의 문학과 시에 대한 집착과 사랑이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이 간다,
신경림시인은 1935년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충주고를 나와 동국대
영문과 재학중이던 1956년 문예지 '문학예술'에 시 '갈대' 등을 발표
한것으로 알려저 있다,
갈 대
- 신경림 -
언제 부터인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였을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나는 청년시기에 이 시를 읽고 또 읽으며 얼마나 마음속으로 울컥
거렸는지 모른다, 저를 흔드는 것이 바람이 아닌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이 대목에 이르면 나의 폐부 깊숙한 곳에 고압 전류가 순간적으로
폭발적으로 흐르는듯 짜릿짜릿한 전율을 느끼곤 했었다,
세월이 흘러 어느날 우연한 기회에 신경림시인의 '여름날' 이란 시를
접하게 되었다, 뜨거운 여름이 치열하게 절정에서 숨을 헐떡이며 멈춰있던
졸음에 나른해진 후끈한 여름날이었다,
여름날
- 신경림 -
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
소나기 한줄기 지나갔나 보다
차가 갑자기 분 물이 무서워
머뭇거리는 동구 앞
허연 허벅지를 내놓은 젊은 아낙
철벙대며 물을 건너고
산뜻하게 머리를 감은 버드나무가
비릿한 살 냄새를 풍기고 있다,
여름날 한낮 한줄기 소나기가 지나간 도심 거리모습을 버스안에서
바라보는 풍경이 너무나 또렷하고 확실하여 버스에서 내리면 금새
바지가랭이에 물이 차 올라 허우적 거릴것만 같은 느낌이다,
신경림 시인의 영전에 무거운 마음으로 애도를 드리며 명복을 빈다,
신경림시인이 타계한 5월 22일 같은날 성춘복 시인도 88세로 타계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우리 문단의 큰 별들이 하나둘 스러저가는
안타까운 소식이 아닐수 없다, 조지훈의 시 '낙화' 한 대목이 섬광처럼
머리속을 스치고 허공속으로 사라진다,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2024, 5, 26,
- 상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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