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만추

가을은 설악을 떠나 이곳저곳을 기웃 거리며 늦장을 부리더니

입동을 보내고서야 느림보 걸음으로 붉은빛 단풍을 한아름 안고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정원에 불시착 했다,

아파트 정원 단풍나무들은 붉은빛으로 단풍이 들지 않는

절름발이들 인줄알고 나는 볼멘소리로 투정을 부렸었다,

그런데 지금 아파트 정원은 온통 붉은빛 융단이 펼처저있다,

모닥불은 불씨가 사위어갈 무렵 반짝 화력이 유난히 강하고

가을빛은 가을이 끝날무렵 단풍빛이 선혈처럼 붉은것은 왜일까,

자연의 조화는 그저 모를뿐, 오직 신만이 알고 있으리라,

이제 가을은 채 반뼘도 남아있지 않다,

겨우 그 끝자락 옷깃만 조금 남아 모진 찬 바람에 나부낄뿐,,

박인희의 노래 "모닥불" 에서 인생을 무엇이라 했던가,

인생은 연기속에 / 재를 남기고 / 말없이 사라지는 / 모닥불 같은것,

2019, 11, 19, 촬영,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샆다

삶의 모서리에서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 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 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싶다,

▶ 상록수 초원의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