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옆에서-3
미당 서정주 시인은 "국화 옆에서" 라는 제목의 아름다운 시에서 국화를
"돌아와 거울 앞에선 내 누님 같은 꽃" 이라 표현 했는데 나는 "연꽃 옆에서" 라는
제목으로 연꽃 사진을 올리며 연꽃은 "우물가에 물 길러온 시골 아낙과 같은 꽃" 이라
생각해 본다,
나는 습관적으로 새벽 2시경 잠에서 깨어 일어나 책을 읽거나 잡문을 끄적인다,
새벽에는 머리가 맑고 초롱초롱한 신선한 생각들이 무수한 밤하늘 뭇별 처럼 반짝인다,
학창시절 읽었던 오래된 고전을 읽거나 신간 문학서적, 음악관련 책들을 주로 읽는다,
저녁에는 머리도 맑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온갖 쓸데없는 전화가 수시로 와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에 좋지 않다, 친구들 모임도 음악이나 사진관련 모임이 아니면
솔직히 나가기 싫다, 나기봐야 재미가 없다, 그래서 동시에 여러 모임이 겹치게 되면 당연히
사진이나 음악모임으로 간다,
따라서 옛날에 가까왔던 친구들도 조금씩 멀어저 간다, 대화가 궁색하기 때문이다,
일단 사진이나 음악 이야기가 통하지 않으면 이야기 소재라는것이 뻔하고 뻔해서
내가 한번도 처 본적이 없는 골프 이야기나 집안 이야기, 건강 이야기, 내가 아무런
변화도 줄수 없는 정치판 고리타분한 이야기, 또는 술타령이 고작 이다,
그러나 음악, 사진, 문학, 그림, 여행 이야기가 나오면 나는 입에 거품을 물고
내머리속에 저장된 기억력 창고를 샅샅히 뒤져 저장된 정보를 모조리 꺼집어내 남에게
뒤질세라 한바탕 대하소설을 쓰듯 줄줄 역어 나간다, 이제 나이가 들어 기억력도 옛날 같진
않지만 아직은 많이 녹슬지 않은것으로 생각되어 다행으로 생각한다,
몇년전 까지만 해도 묵직한 카메라가방 둘러매고 삼각대들고 산과들로 뛰어 다녔는데
요즈음 자꾸 카메라 가방이 무겁게 느껴저 어떤 렌즈를 빼어 가방 무게를 낮출까
생각하게 되고 카메라가방 메고 삼각대들고 높은 산을 오르는일은 이젠 엄두를 내지 못한다,
수십년 카메라가방에 짖눌려온 내어깨도 이제 좀 쉬게 해주어야 하는데 하고 생각해 본다,
내가 촬영 하고자 선택한 어떤 사물 피사체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언제인지를 정보력을 동원하여
미리 예측하고 그 현장에 때맞추어 찾아가 내가 원하는 기상 조건을 기다려 적정한 빛의 조건하에
카메라에 피사체를 담는 일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지를 요즘 새삼 스럽게 생각한다,
결국 사진은 여러가지 기본적인 요소가 조화롭게 잘 맞아야 한장의 좋은 사진을 얻을수 있다 생각 한다,
첫째, 빛(내가 원하는 빛, 순광, 측광, 역광, 오전빛, 오후빛 등),
둘째, 시간( 내가 원하는 곳에 원하는 때에 떠날수 있는 시간적 자유와 여유, 그리고 해의 위치나
그림자의 위치, 구름의 모양이 좋아질때 등을 기다릴 충분한 시간의 여유 등),
셋째, 건강(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메고 다니거나 오래 서서 기다릴수 있는 튼튼한 체력,
부지런 하지 뭇하고 건강하지 못하면 사진을 하기 어려우며 특히 새벽잠이 많으면 곤란하다
사진은 해 뜨고 지는 5분이 가장 중요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넷째, 재력(카메라장비, 기동력, 출사경비 등)
다섯째, 감성(예술적 지각능력, 사물을 사진적 시각으로 볼줄아는 안목),
내게 사진을 눈뜨게 해준 사진 선생님은 늘 입버릇 처럼 말씀 하시길 "사진은 뺄셈의 예술이다"
라고 하시며 화면에 많은것을 넣으려 하지 말고 불필요한 것을 가급적 빼내어 사진 구도를
단순화 시켜 군더더기를 없애고 주제를 강조하라 하셨다, 그래서 지금도 촬영 현장에 나가면
비 맞은 중처럼 혼자말로 중얼 거린다, "사진은 빛과 기다림의 미학 이며 뺄셈의 예술이다" ~,
2017, 7, 25, 촬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