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탑사
부처님 오신날을 보내고 인적이 없는 한가롭고 조용한
산사의 모습을 지닌 늘 마음속에 숨겨둔 보물처럼 간직한 절
보탑사를 보고 진천 별장에 머물고 있는 고향 친구도 만날겸
설레는 마음으로 진천을 향하여 이른새벽 중부 고속도로를 달렸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송수권" 시인의 시 <여승>을 전 MBC 아나운서
박원웅씨의 낭송으로 녹음된 CD를 반복해서 듣고 또 들으며 차를 달렸다,
별로 낮설지 않은 고속도로변 5월의 풍경들이 휙휙 차창밖을 스처 지나갔다,
~ 어느해 봄날 이던가, 밖에 서는
살구꽃 그림자에 뿌여니 흙바람이 끼고
나는 하루종일 방안에 누워서 고뿔을 앓았다,
문을 열면 보인다 하여 손가락으로 침을 발라가며
장지문에 구멍을 뚫어
토방아래 고깔쓴 여승이 서서 염불외는 것을 내다 보았다,
그 고랑이 깊은 음색,
설움에 진 눈동자, 창백한 얼굴,~
나는 처음 황홀했던 마음을 무어라 표현할순 없지만
우리집 처마끝에 걸린 그 수그린 낮달의 포름한 향내를
아직도 잊을수 없다,
"........ "
어제 부처님 오신날 큰 행사를 마친 보탑사 경내는 정말 아무도 없는 텅 빈절 이었다,
여승 한두분이 헐렁한 승복 차림으로 가끔씩 경내를 오갈뿐, 너무나 조용하고 고요했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수없이 많은 연등이 불어오는 바람결에 이따금 가볍게 흔들렸다,
나는 여전히 "송수권" 시인의 시 <여승> 속에 나오는 고깔쓴 여승을 마음속으로 그리며
마음속 부처님을 향하여 연신 셔터를 눌러 댔다,
2017, 5, 4, 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