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빛 경안천
회색빛 경안천
종일 시뿌연 미세먼지로 경안천은 회색빛 풍경을 연출하며
광휘를 잃은 태양이 초점없는 희미한 빛을 조사해 주었다,
기온이 오르며 얼음이 풀리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우지직
뇌성처럼 들려오고 무리지어 있는 고니들은 미세먼지의 고통을
호소라도 하는듯 비명을 지르며 회색빛 오전을 보냈다,
오후가 되면서 고니들은 심심치 않게 날아 주었으나 시뿌연
미세먼지는 좀처럼 사위지 않았다, 문득 "전혜린" 의 수필집
<그리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중 "회색의 포도와 레몬빛
가스등" 의 한 대목이 떠 올랐다,
내가 독일의 땅을 처음 밟은것은 가을도 깊은 시월 이었다,
하늘은 회색이었고 불투명하게 두꺼웠다, 공기는 앞으로
몇년 동안이나 나를 괴롭힐 물기로 가득차 있었고 무겁고
척척했다,
스카프를 쓴 여인들과 가죽외투의 남자들이 눈에 띠었다,
아무도 없는 비행장 뮨헨교회 림(Riem)에 내렸을때 나는 울고싶게
막막했고 무었보다도 춥고 어두운 날씨에 마음이 눌려버렸었다,
~ 중 략 ~
~ 어떤날 나는 백조가 마지막으로 떠 있는것을 저녁 늦도록
지켜본 일이있다, 어둑어둑한 박명속을 흰 덩어리가 여기 저기
모여 있었고 때때로 바스락 소리를 냈다, 몹시 외로워 보였다,
나 자신의 심경이 그대로 였는지도 모른다, 내가 마음속을
뒤흔들린 편지를 매장한 곳도 이 호수였고,,~
2022, 2, 11, 촬영,
미세먼지속 말똥가리도 날고
경안천 풍경
내 앞쪽 나루터 얼음에 갇힌 나룻배 안에서 촬영중인 절친 김경사진작가 뒷태
맨 우측 / 나의 자화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