섣달그믐 안개속 고니 날다
섣달그믐 안개속 고니날다
섣달그믐, 음력으로는 한해의 마지막날이
섣달그믐날 이다,
내 어린 시절 어머니는 섣달그믐이면 장에가셔서
복조리를 사오곤 하셨다,
그믐하면 떠 오르는 시 한자락이 있다,
송찬호 시인의 "사평역에서",,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속에 던저 주었다.
날씨가 맑다는 일기예보를 보고 일찌감치 양수리로 달려갔다,
그러나 안개가 어찌나 짙은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것은 어둑신한 안개뿐,
안개는 11시가 넘어 조금씩 걷히기 시작했다,
그러나 종일 엷은 안개와 박무가 시뿌옇게 하늘을 감싸고 있었다,
고니 한 300여마리가 특유의 울음을 내며 떠날채비를 서두르고있었다,
2021, 2, 11, 촬영,
우동 한그릇
한해가 저무는 섣달 그믐이 오면 일본작가 <쿠리 료헤이>((栗良平)의
단편 <우동 한그릇>이 떠오르곤 한다, 일본에서는 섣달그믐날이면
가족이 함께 소바우동을 먹는 전통적인 풍습이 있다,
1987년 발표된 이 단편소설은 발표 다음해 FM도쿄의 송년프로그램에서
낭독되면서 전일본을 감동의 도가니에 빠뜨렸고, 일본국회에서 한 국회의원이
이 이야기를 읽어 국회를 눈물바다로 만든 유명한 이야기 이기도 하다,
이야기는 이렇다, 섣달 그믐날 "북해정" 이라는 작은 우동전문점이 문을 닫으려 할때
아주 남루한 차림의 세 모자가 들어와 우동 1인분을 시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세모자는 교통사고로 숨진 가장이 남긴 빚을 갚으며 치열하게 살아온 지난 일년을
돌아보며 일본의 오랜 전통대로 섣달그믐날 우동 한그릇을 사이좋게 나누어 먹으며
보낸다,
세모자를 보며 우동집 주인은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우동 반 덩어리를 더 넣어준다,
그리고 매년 섣달 그믐날이 오면 북해정 주인은 그들 세모자가 앉았던 자리에 예약석 이란
표말을 세워 비워두고 그들이 오기를 기다린다, 그러나 그들은 한동안 오지 않았다,
십수년 세월이 흐른 어느해 섣달 그믐날밤 10시30분경 세모자가 불현듯 북해정 문을 열고 들어왔다,
우동집 주인이 반가와 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여전히 2번 테이블은 예약석으로 비워 있었다,
그들이 말했다, 올해 저희 세식구는 저희 일생에 가장 사치스러운 일을 하기로 했죠,
북해정에서 우동 3인분을 시키는일 말입니다,
천신만고의 노력끝에 세모자는 빚을 다 갚고 섣달 그믐날 당당히 북해정을 찾아왔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