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공원의 만추
인천대공원의 만추
가을이 왔다는 소문을 듣고 이른 새벽 인천대공원에
도착했을때 가을은 이미 저 만치쯤 멀리에 있었다,
처연하게 쓸쓸해 보이는 신작로에 낙엽은 우수수 새벽
바람에 흩날리고 두꺼운 운동복 차림의 사람들이 서성댔다,
내가 잠시 호기로운 여유로 딴청을 부리고 있던 그순간
가을은 주섬주섬 행장을 챙겨 제 갈길을 재촉하고 있었다,
2019, 11, 4, 촬영,
가을의 기도
- 김현승 -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홀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무 가지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