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원사연꽃 -3
서대문 봉원사의 연꽃축제는 끝났지만
연꽃은 이제부터 입니다.
연꽃이 거기 절마당에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순결한 알수없는 미소를 지으며 날 기다리고 있으니
아니 갈수가 없습니다.
벌써 금년 여름들어 한 열번쯤은 다녀 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도 몇번은 더 갈것입니다.
연꽃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는것 같습니다.
연꽃을 촬영하는 내내 김양호의 소설 한대목이 자꾸 떠올랐습니다.
맛이 자르르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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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호 소설집 <베트남,베트남>, 에 실려있는
<도깨비 건너간자리> 라는 단편에 나오는 일부를 여기에 소개합니다.
~ 죽은자를 마지막으로 떠나 보낸다는 씻김굿이 막판에 접어드는 중이었다.
죽은 사람을 태운 꽃가마를 앞에둔 두사람의 당골네가 어우러저 부르는 창소리가
망자를 보내는 비통하고 슬프고 풀지못한 서러움이 뒤엉킨 남도 특유의
비장한 가락으로 흘러나와 터질듯 터지지않고, 넘칠듯 넘치지 않으면서
빙 둘러앉은 구경군들의 가슴을 저미고 있었다.
- 중략 -
저승길을 뜻하는 흰광목천이 길게 펼처젖다.
두명의 당골네가 펼처진 광목천 끝을 맞붙잡고 생전에 못다한 한을 풀고 가시라,
자지러지는 북장단에 맞추어 끈적한 창소리로 천에 묶인 매듭을 하나씩 풀어가고 있을때였다.
맛이 자르르 허네,,
불쑥 내앞에 쪼그리고 앉아 굿판을 넑빼고 바라보던 할머니가 그렇게 말했다.
맛이 자르르허네,,
나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세상에 장송곡이라 할수있는 굿판을보고 맛있다고 느낄수 있다니,
그러나 이상 하게도 그말은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굿판에 딱들어맞는 말이엿다.
그곳에는 삶과 죽음이 없었다. 삶이 죽음이고 죽음이 삶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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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원사 에서 연꽃 촬영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자 마자 김양호 소설을 폈습니다.
그리고 소리내어 바로 이 대목을 큰소리로 읽었습니다.
맛이 자르르 허네,,
오늘 봉원사 연꽃은 분명 맛이 자르르 했습니다.
2013, 8, 18, 촬영,